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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교수 인터뷰] 김자경 교수
- Writer Admin
- Created 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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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뇌인지과학과 김자경 교수
분자신경생물학적 수면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KAIST 뇌인지과학과의 김자경 교수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인터뷰어: 이정원 석박통합과정, 정지우 석박통합과정
Q1. 학부 때 뇌과학을 전공하셨는데, 어떤 계기로 뇌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릴 때 사람들이 왜 같은 현상을 보고 다른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했습니다. 처음엔 심리학을 공부하면 되겠구나 생각했다가,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스스로 이과 성향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뇌과학이라는 학문을 알게 되면서, 과학적으로 뇌를 공부하고자 뇌과학과에 진학하였습니다.
어린 시절 사소한 생각이 어른이 된 지금 나아가는 길을 이끄는 길잡이가 된 셈입니다. 학생분들도 일상에서 어떠한 질문을 하고 있는지, 또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운지를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합니다.
Q2. 현재 교수님의 주요 연구분야는 어떤 내용일지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저는 기초과학 분야에서 분자신경생물학적 수면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마우스 모델을 활용하여 수면에 대한 유전학적 이해를 통해 왜 우리가 잠을 자는 이유와 졸음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을 밝히는 것을 중점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는 수면과 각성 사이의 전환 및 수면의 단계를 제어하는 유전자와 같은 ‘졸음 인자’들을 식별하고, 이들이 관여하는 신경네트워크와 분자적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또한, 박사 과정에서 참여한 포워드 제네틱스 프로젝트를 통해 발견한 수면 조절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기반으로, 해당 유전자의 역할과 작용 메커니즘을 보다 깊게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대사장애와 신경발달장애와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참고로 포워드 제네틱스는 유전자 변이를 유발시킨 모델 동물에서 나타나는 표현형을 관찰하여, 해당 변화와 관련된 유전자를 찾아내는 기법입니다. 이를 통해 특정 유전자가 해당 형질 또는 특성을 어떻게 조절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수면은 기본적으로 유전적 요인에 의해 조절되지만, 외부 환경및 개체의 건강상태와 같은 내외적 요인도 중요한 역학을 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요인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수면의 본질을 형성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저희 연구의 주된 목표입니다.
Q3. 학사는 미국에서, 박사는 일본에서, 교수는 한국에서 하고 계시는데, 세 나라의 연구 문화 차이를 느끼시나요?
미국에서 학생으로서 느낀 점은 연구, 특히 실험 기법 등을 배우는 입장에서 실리적이면서도 안전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마도 주로 수업과 관련된 연구 환경이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몇몇 모습을 보고 놀라기도 했어요.
반면 우리나라의 강점은 적응력입니다. 새로운 것들이 세상에 나왔을 때 발빠르게 학습하고 그걸 우리에게 알맞게 디벨럽해가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아요. 활기차고 의욕적인 분위기도 좋고요.
일본은 아직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한다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의외로 진보적이고 유연한 연구문화도 가지고 있습니다. 국내 연구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고 이러한 부분들이 기초과학연구분야에서 많은 노벨상을 배출한 밑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인 학생과 연구자에게도 풍부한 지원을 해준다는 점에서 학업과 연구에 집중할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최대한 해외를 많이 경험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체류비가 전부 지원되는 프로그램도 많습니다. 학회에서 주최하는 트레이닝 프로그램들도 있고요. 학교 공부도 중요하지만 해외에 나가보면 시야도 넓어지고, 연구 동향을 파악하면서 motivation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Q4. 교수님 연구실은 어떤 학생들이 지원하면 좋을까요?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수면이란 주제는 폭 넓은 연구 분야를 아우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러 백그라운드를 가진,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학생들이 많이 오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주어진 과제를 그저 따라가는 학생보다는 본인이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고 만족을 느끼는 능동적인 학생이 오셨으면 합니다. 물론 교육자의 입장에서 제가 가르치고 싶고 원하는 방향성이 있지만, 결국 그것을 실질적으로 수행해 나가는 주체는 학생들 본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생명 과학에 관련된 기본기가 있으면 실험 데이터를 얻을 때 장점이 있겠죠. 하지만 스킬적인 부분은 익히면 되는 것이고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연구 특성상 쥐 수십 마리, 많게는 수백 마리에서의 실험 결과를 수집하고 분석하기 때문에 빅데이터 분석 능력이 있으면 좋습니다. 우리가 확보한 마우스 데이터를 기반으로 휴먼 오픈 데이터와 비교 분석할 수 있는 능력도 굉장히 중요하고요. 그래서 생명과학 지식이 없더라도 computation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환영합니다
Q5. 뇌인지과학과 교수로서, 앞으로 카이스트에서 이루고 싶으신 목표는 무엇인가요?
한국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잠을 적게 자는 나라 중 하나일 뿐 아니라, 수면의 만족도도 굉장히 낮은 나라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수험생들은 기억력 높이기, 집중력 키우기 등에 관심이 많잖아요. 이러한 기억력, 학습 능력, 인지 능력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잠입니다. 웰빙, 건강, 다이어트도 관심 많이들 가지시는데, 잠을 안자면 충동 조절 능력이 줄어서 단 음식이 당기고, 많이 먹게 돼요!
이렇게 최근 한국에서도 수면건강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아직 수면 연구가, 특히 기초연구가 활성화 되어있지 않습니다. 특히 수면은 뇌과학 분야 중에서도 “블랙 박스”라 불리울 정도로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분야입니다. 그래서 수면을 결정짓는 본질적 메커니즘의 요소들을 세포-신경회로-유기체 레벨에서 폭넓게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싶습니다.카이스트가 이러한 다각적인 수면연구를 세계에서 선도하는 대학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이 저의 연구실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Q6. 뇌인지과학과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학교는 많지 않은데, 카이스트는 22년도에 이 학과를 설립하였습니다. 이것의 장점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설립 전후 어떤 차이를 느끼시는지도 궁금합니다.
뇌는 공학, 기초 생명과학, 의학 등 접근 방식이 다양합니다. 하나의 기관이지만 동시에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인간의 모든 행동, 생각, 생리적인 현상 등을 관장하기 때문에, 가장 전문적이면서 가장 광범위한 분야이죠. 그래서 뇌인지과학과 설립의 가장 큰 장점은 이 광범위한 뇌를 다 함께 연구할 수 있는 multidisciplinary 플랫폼이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합니다. 공학이나 이학은 물론, 인문학적 접근까지 할 수 있는 학과는 매우 드물지요.
또 심리학, 의학 뿐만 아니라 생명과학이나 공학 전공의 학생들이 한국에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고 생각해요. 저는 미국에서 뇌 과학 학사학위를 받았는데, 한국으로 대학원을 오고 싶었지만 알맞은 학과를 찾지 못해 굉장히 아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의 설립은 우리나라 뇌과학이 발전했다는 증거로 보여 더욱 기쁩니다.
Q7. 교수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앞으로 저희 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네요. 하지만 순수한 학문적 성취와 더불어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뚜렷한 목표가 제시되어 있잖아요.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학과 구성원이 하나가 되어 노력한다면 분명히 빠른 시일내에 놀라운 성과를 이룰 것으로 믿습니다. 그래서 기대가 많이 됩니다.
Q8. 뇌인지과학과에 진입 또는 입학을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뇌(인지과학)를 공부하는 것에 대해서 너무 어렵다고 생각해 겁먹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모두 “내가 왜 이럴까” 라는 질문을 안고 살잖아요. 바로 “나”를 이해하고 탐구하고 싶은 마음, 좀 더 나아가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을 과학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뇌인지과학입니다. 이러한 질문들에 관심이 있고 또 좋아하시는 학생이라면 꼭 지원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