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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교수 인터뷰] 이영준 교수
- Writer Admin
- Created 2024.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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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뇌인지과학과 이영준 교수
올해 2월, 카이스트에 부임하신 이영준 교수님을 찾아뵈었습니다.
- 인터뷰어: 이정원 석박통합과정, 정지우 석박통합과정
### **Q1. 현재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시는지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저는 뇌-기계 인터페이스 분야에서 뇌공학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능성 소재와 소자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현재 두뇌 신경 세포의 신경 신호를 측정하는 신경 전극은 딱딱하거나 세포 독성이 있거나 낮은 전기적 호환성 등의 여러 한계점 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를 대신하여 높은 생체 적합성과 새로운 기능성을 가지고 더욱 안정적으로 신경 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신경 전극 소재와 소자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몸의 감각 및 운동 신경을 모사하는 신경 모사 공학을 이용한 인공 신경을 연구하고 있어요. 생체 신경과 높은 호환성을 가지는 저전력 신경 보철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또한 생체 적합성과 사용자 편의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유연한 형태의 소재 및 소자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 딱딱한 것이 문제라면, 개발하고자 하는 소자는 물렁한 형태인 건가요?
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는 평면형으로 변형되지 않고 딱딱하지만, 최근 접히는 형태의 스마트폰이 나온 것처럼, 변형 가능하고 굽힐 수 있는 전자 소자가 현재 많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딱딱한 소자를 피부에 붙이거나 신체 내부에 삽입하면 기계적 물성이 많이 달라 불편하고 세포가 손상되기도 합니다. 또 면역 반응에 의한 foreign body reaction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장기적으로 소자 성능이 많이 저하됩니다. 그래서 부드러운 재료, 특히 고분자 재료를 이용해 면역 반응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인 성능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소자를 만들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개발하신 소자가 뇌에 직접적으로 삽입되거나 부착되는 것이죠?
맞습니다. 최근 화제가 된 기업 ‘뉴럴링크’에서 뇌에 수십 개의 전극을 심어 신경 신호를 측정해서 전신 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컴퓨터 게임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 있으실 거예요. 전극이 아주 가늘고 부드러운 소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지요. 그러나 현재 기술로 만들 수 있는 전극은 신경 세포와의 적합성에 한계가 있어서 뇌의 미세한 움직임과, 또한 뇌가 전극을 이물질로 인식하고 밀어내서 심어둔 전극이 상당수 빠져버렸습니다. 이러한 일을 방지하기 위해, 뇌와 몸이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세포와 물성이 유사하면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이고 뛰어난 성능을 가지는 소재와 소자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리고 생체 감각 및 운동 신경의 기능을 모사하는 인공 신경 소자들도 사용자 친화적인 웨어러블 또는 임플란터블 형태로 만들어서, 일상생활에서 환자들이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저전력 인공 신경 소자들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 인공신경이라는 개념이 생소한데요, 정확히 무엇인가요?
우리 몸의 여러 감각 기관과 운동 기관을 모사해서 고성능의 센서와 로봇을 개발하는 생체모사 공학은 많이 연구가 되어 있지만, 그 신호를 생체 신경과 같이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많이 연구가 되어 있지 않아요. 센서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생체 신경의 신호 전달 과정을 직접 모사해서 전달하는 신경 모사 전자 소자는 생체 호환성이 높은 신경 보철로 응용될 가능성이 있어요. 그러한 측면에서 저는 고분자 전자 재료와 소자를 이용해서 신경을 모사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또한 감각신경, 근육신경이 활성되는 것과 유사한 원리를 적용해 마비된 신체를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신경 보철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 정말 신기하네요. 사람의 신경은 이온 채널의 탈분극을 이용해 작동하는데, 인공 신경도 이온 채널을 통한 탈분극을 이용해 정보를 전달하는 건가요?
사람이 이온 채널을 이용하긴 하지만 결국 전기적 신호가 전달되면서 작동을 하잖아요. 전자 소자도 그러한 전기적 신호를 이용해요. 신경 가소성을 모사할 수 있는 전자 소자, 시냅스 가소성을 모사하는 인공 시냅스 소자, 자극에 따라 활성화될 수 있는 인공 뉴런 등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압의 극성에 따라 인공 시냅스 반응을 강화/약화시키는 방식을 모사하는 연구, 신경 전달 물질의 농도에 따른 특성을 보는 연구, 전기적인 신호 뿐 아니라 화학적인 신호를 조절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인체에 자연스럽게 통합되는 데 좀 더 도움이 되겠죠.
### Q2. 홈페이지 소개를 보면 재료공학으로 박사를 받으셨는데요. 그 분야에서 시작해 언제, 왜 뇌과학 분야로 연구가 이어진건지 여쭙습니다.
제 학창 시절 때만 하더라도 뇌과학이라는 학문이 우리나라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았어요. 고등학생 때 화학을 좋아해서 학부 전공을 재료공학으로 선택했었습니다. 학부 진학 후 신축성 있는, 유연한 소자에 관심이 있어 대학원에 진학했고요. 고분자 소재, 유연한 재료를 연구하다 보니 이러한 재료가 신경공학 소자로 활용되기 좋은 특성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 자연스럽게 뇌공학 분야, 즉 인공 신경을 개발하는 소자의 연구로 연결이 되더라고요.
### Q2-2. 재료공학과 뇌과학, 두 분야에서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을 느끼시나요?
공통점부터 이야기해 보자면, 재료공학이 원자와 분자 (미시적인 것)에서 출발해서 거시적인 것의 특성이 정해지는데, 뇌와 신경도 하나의 세포, 그 세포를 구성하는 단백질 (미시적인 것)에서 출발해서 거시적인 신경계, 신경 회로가 만들어지고 특성이 정해지잖아요. 미시적인, 작은 부분부터 이해하고 그것이 큰, 거시적인 것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차이점은 많겠죠? 재료공학은 비교적 독립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것에 비해 뇌과학은 좀 더 많은 분야와 협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게 우리 학과의 장점이라 생각해요. 저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면, 제가 새로운 재료와 소자를 개발하고 나면 신경생물학이나 세포생물학 하시는 분들이 이걸 적용하는 연구를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기존의 툴로 연구를 하실 수 있지만, 제가 만든 소자를 이용하면 기존 툴이 할 수 있는 새로운 기능을 할 수 있어서, 이걸 활용하면 뇌과학에서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또 새롭게 개발되는 신경 전극을 이용해 뇌파와 같은 신경 신호를 측정한다면 신호 분석을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과 협업하여 연구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 측면에서 뇌과학이란 분야는 좀 더 협업이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 Q3. 기업의 리서치 센터에서 일한 적 있으시다고 들었습니다. 포닥까지 하면 학자로서의 길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왜 취업을 결심하셨는지, 또 왜 다시 학계로 돌아오셨는지 궁금해요.
아카데미아가 최종 진로라고는 계속 생각하고 있었지만,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계속 학교 연구실에만 있었으니까, 학교 이외에 기업이나 연구소에서는 어떤 것을 연구하는지 궁금했어요. 저는 포닥까지 7-8년 동안 소프트 전자소자, 생체소자를 연구해 왔는데, 공학의 목표는 지식을 기반으로 실제로 적용하게 하는 것인데, 늘어나는 소자가 실제로 실생활에 응용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삼성 종합기술원에서 웨어러블 헬스케어 소자의 프로토타입을 개발하는 연구를 했고, 공부했었던 지식이 실제 양산에 가까운 프로토타입 제작에 적용이 되어서 상용화 가능성을 볼 수 있었어요. 그 가능성을 보고 원래 생각하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시 학계로 돌아왔습니다.
### Q3-2. 기업에서 하는 연구와 연구실에서 하는 연구의 차이가 큰가요? 워라밸이나 조직의 분위기 같은 점에서도 차이를 느끼시나요?
일반화하기 어려운 내용이라, 제가 겪은 것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삼성 종합기술원은 기업과 연구소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삼성의 중앙 연구소 같은 곳이라, 미래를 위한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주제도 엄청 다양하고, 큰 목표는 있되 어떻게 접근할지 그 과정에 대해서는 자유가 있어 좋았습니다. 물론 이것은 저의 개인적인 경험이고 실제로는 회사마다, 팀마다 다를 거예요.
- 퇴사 후 학계에 돌아오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좋은 분들 만나서 회사 생활도 재밌게 하고, 논문도 쓰고 했는데, 저는 유연한 소재를 이용한 신경공학 분야 연구를 계속하고 싶었어요. 회사는 아무래도 수익을 내야 하는 기업이다 보니, 사업부와 관련된 연구들이 주로 진행이 되었어요. 비교적 기초과학 쪽에 걸친 공학이 있고, 산업에 사용되고 실생활에 바로 적용되는 공학이 있잖아요. 기업에서는 비교적 후자를 더 추구했으나, 저는 전자에 가까운 신경공학 연구를 하고 싶어서 학계로 복귀하였습니다.
### Q4. 올해 새로 부임하시면서 교수로서의 커리어를 막 시작하셨는데요. 앞으로 연구자로서, 그리고 지도자로서 이루고 싶으신 목표는 무엇인가요?
연구자로서는 기존 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능성 소자를 개발해서 기존의 공학적 툴들이 할 수 없었던 새로운 분야를 탐구하는 것, 뇌과학의 풀 수 없었던 질문을 풀 수 있게 하는 새로운 수단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 일상생활에서 신경질환 환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신경보철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입니다. 우리나라가 해외에 비교해서 뇌공학이나 신경보철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두드러지는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이런 분야에서 선도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특히 우리 학교 뇌인지과학과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지도자로서는 같은 목표와 꿈을 가진 학생들이 원하는 목표를 성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훌륭한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동료 같은 지도자가 되고 싶습니다. 제 지도교수님께서, 과학, 공학 분야에서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끊임없이 나오고 지식이 계속 쌓이다 보니, 늘 수평적인 소통이 돼야 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그런 측면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습니다.
### Q5. 교수님 스스로 생각하시는 연구자로서 본인의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공동연구를 많이 해왔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 분야가 공동연구를 할 수밖에 없는 분야기도 해서, 포닥하는 동안에는 저 혼자 총 4~5개 프로젝트를 각각 다른 그룹과 협업을 했는데, 원만하게 좋은 관계 유지하면서 좋은 결과를 냈었습니다. 모두 제가 연구하고 있는 소재와 소자를 가지고 다양한 신경공학 분야에 응용하는 프로젝트들이었습니다. 연구 주제의 특성상 뻗어나갈 수 있는 가지가 많은 것도 장점인 것 같네요. 많은 곳과 협업을 할 수 있으니까요.
### Q6. 다음 학기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뇌공학의 원리’라는 강의를 하시는데요. 어떤 내용을 가르치실지, 어떤 학생들이 들으면 좋을지 알려주세요.
강의에서는 다양한 뇌공학 툴의 기본 원리와 응용을 다룰 예정입니다. 뇌공학에서 EEG나 fMRI 같은 기계가 많이 사용되는데, 그것들이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이론적으로 설명하고 응용 예시 등을 설명할 예정입니다. ‘신경공학을 위한 재료물리학(700번대)’ 과목을 1학기에 열려고 했으나, 학사일정 상 못 열어서 여름학기에 열었습니다. 저의 첫 카이스트 강의였죠. 첫 수업이라 긴장도 많이 했는데, 끝까지 들어준 학생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업데이트를 해나갈 것입니다. 다음 연도 1학기에도 열릴 예정이니 기대해 주세요!
### Q7. 카이스트는 1학년 전체 무전공 시스템으로, 2학년으로 올라갈 때 각자의 적성과 관심사에 맞춰 전공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뇌인지과학과 진입을 고민하고 있는 신입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50년 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절반 정도 된다고 합니다. 인구의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이 되고 있고 신경질환 환자가 굉장히 많아질 텐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즉 BCI, 인공신경 기술이 실생활에 적용될 날이 머지않아 올 테고 그와 함께 뇌공학 분야가 대두될 것입니다. 뇌를 막연하게 공부하고 싶었던 학생들은 고민하지 말고 저희 학과, 다양한 분야를 연구할 수 있는 뇌인지과학과에 오셔서 미래 기술을 개척해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